부처님 가르침 원음(原音) 그대로
각묵스님 《디가 니까야》 첫 한글 완역
‘대기설법’ 진수 유학 17년 만에 빛 보여
부처님 가르침의 원음을 접할 수 있는 초창기 빠알리 경장 가운데 제일 처음에 해당하는 《디가 니까야(길게 설하신 경들이란 뜻)》가 한 스님의 17년이 넘는 각고의 노력 끝에 최초로 한글 완역됐다.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이자 실상사 화엄학림 교수인 각묵스님은 지난 1989년 빠알리 삼장의 한글 완역의 원을 세우고 인도 푸나 대학교로 유학 간지 17년 만에 본격적인 국역 불사를 이룩했다.
인도어족에서 산스크리트어가 표준어라면 빠알리어는 그야말로 사투리에 해당된다. 하지만 전승되는 대부분의 초기 경장을 이해하려면 산스크리트어 못지 않게 빠알리어에도 정통해야만 한다. 스님은 이렇듯 언어의 높은 장벽을 넘는데만 지난 시간의 대부분을 소비해야 했다. 실상 본격적으로 《디가 니까야》의 번역작업에 매달린 건 고작 6개월 정도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그 정도로 번역의 완벽을 기하기 위한 스님의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 대략 짐작할 수 있으리라.
각묵스님은 “1천 6백년 역사를 가진 한국불교는 중국을 거쳐 전래되면서 왜곡된 부분이 적지 않다”며 “이번 한글 완역은 국내 불자들이 부처님이 직접 행했던 설법을 거의 원형에 가깝게 접할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총 3권으로 출간된 《디가 니까야》는 제1권 계온품·2권 대품·3권 빠띠까 품으로 합해 1천 9백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을 자랑한다. 여기에 스님은 친절하게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2천여 개가 넘는 방대한 주해를 달았다.
《디가 니까야》는 그 분량만큼 이나 부처님 가르침 가운데 길게 설하신 경들만을 모아놓은 것이다. 이후 중간 길이로 설하신 가르침 《맛지마 니까야》와 주제별로 모은 가르침 《상윳따 니까야》·숫자별로 모은 가르침 《앙굿따라 니까야》가 있지만 그 위용이나 가르침의 깊이 면에서 《디가 니까야》는 상징적인 가치를 띠고 있다.
《디가 니까야》는 이른바 ‘대기설법(듣는 이의 근기에 맞춘 설법)’의 진수를 보여준다. 또한 ‘길게 설하신 경’답게 어떤 경부보다 조목조목 우주와 인간·삶과 역사·윤회에 대한 거대담론을 펼쳐나가고 있다. 이는 모두 23개의 상세한 정형구를 통해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계·정·혜 삼학의 기본적 틀을 완성한다.
무엇보다 《디가 니까야》의 핵심사상은 진정한 도·진정한 출가의 길·진정한 청정범행·해탈의 길·진정한 대자유 등이다. 즉 성자는 탄생이나 계급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도덕성(戒)과 깊고 평화롭고 고결한 인품(定)과 투철한 통찰지(慧)에 의해 실현된다고 《디가 니까야》는 여러 경들을 통해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각묵스님이 속한 초기불전연구원(원장 대림)은 빠알리 삼장의 남은 두 권을 한글 완역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며 빠알리 삼장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주요 빠알리 주석서와 아비달마·중관·유식·대승을 포함한 주요 산스크리트 불전 등도 추가로 계속 발표할 계획이다.
장세훈 기자 xsatin@jubul.co.kr
http://www.bulgyonews.co.kr/news/1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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